글쓴이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2017)」에 매겨진 평론가들의 후한 점수가 공감되지 않는다. 설마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기에 위신상 서운한 소리를 못 하는 것일까. 괜히 서운한 소리했다가 돌아오는 말이 고작 "그럼 네가 만들어 보시던가?"면 체면도 안 설 테고 말이다. 해서 글쓴이가 용기있게 71년도 작품과 리메이크작의 비교를 통해 서운한 소리를 해보겠다. 그냥 무식해서 용감한 것일 수도 있으니 행여나 노여워들 마시라.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2017년 9월 개봉.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인물들의 심리 묘사일 것이다. 돈 시겔 감독의 71년 작품은 원작 소설에 충실하다. 인물들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서술한다. 그 정도가 거의 떠먹여 주는 수준이다. 반면 소..
헤일리 베넷 (Haley Bennett)이 데뷔한 건 2007년, 그러니까 그녀도 이제 10년차 배우다. (1988년생) 그런데 아직도 혹자들은 제니퍼 로렌스와 그녀를 헷갈려하는 것 같다. 그녀의 데뷔는「그 남자 작사, 그 여자 작곡」을 통해서였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세계적인 팝스타 역할을 맡았는데, 영화의 OST "Way Back Into Love"를 부른 것도 바로 그녀. 혹자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가수 뺨치게 잘 부른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녀는 가수로도 활동을 하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치는 쪽이 아니라 맞는 쪽이다. 휴 그랜트와 함께, 크리스 프랫과 함께 2016년에는 '소문난 잔치 같았던 영화' 「매그니피센트7」에 출연하기도 했다. 악당의 손에 남편을 잃고 복수를 꿈꾸는 과..
베이비 드라이버. 2017.09 개봉. 뮤지션이 주인공인 '원스'나 대놓고 뮤지컬인 '라라랜드'처럼 '음악 영화'가 아니면서 음악을 이처럼 잘 활용한 영화가 있었을까. 주인공 베이비(안셀 엘고트)의 아이팟 뮤직에 범죄 액션 영화는 초장부터 날개를 달고 질주하기 시작한다. 안셀 엘고트의 범생스런 외모나 영화 포스터의 예스러운 느낌을 단번에 배신하고, 쿨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짜릿하게 휘몰아치며 온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포스터. 영화의 모든 편집은 음악과 정교하게 아귀를 맞춰 리듬을 탔고, 배우들의 한마디 한마디, 사람들의 웅성거림, 도로 위의 사이렌과 경적, 개 짖는 소리마저 음악의 일부가 되어 춤을 춘다. 누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 있단 말인가. 하다못해 비트에 맞춰 코당코당 발이라도 굴..
The Visit. 2015.10 개봉. 공포와 코미디가 결합된 영화들은 많았다. 알다시피 그들은 무서운 탈을 쓴 덩치 큰 코미디였고, 덕분에 (감독의 의도대로) 충분히 우스꽝스럽다. 이들은 코미디 9 대 공포 1 비율의 레시피를 부려 관객의 배꼽을 빼는 게 목적이지 소름 끼치는 걸 목적으로 하진 않는다. 다만, 누군가 소름 끼치는 와중에 웃음을 달라는 주문을 한다면 감독들은 곤란해질 테다. 아무도 그런 레시피는 모르니까.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누군가는 만들어 낼 테고, 우린 그런 자들을 가리켜 능력자라 부른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그랬다. 올리비아 데종, 에드 옥슨볼드, 디애너 듀나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영화 「더 비지트 (The Visit)」를 통해 웃긴데 소름 돋는 맛을 보여준다. 그..
패밀리 맨. 2000년 12월 개봉. 특정 시즌을 대표하는 영화들이 있다. 개중 「패밀리 맨」은 연말,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드라마. 한 해를 마무리 할 땐 누구나 뒤를 돌아보게 마련일 텐데, 방전된 기분이 들거나 한 템포 쉬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보면 좋은 휴식이 될 영화. 주인공 잭(니콜라스 케이지)이 과거 헤어진 연인 케이트(티아 레오니)를 되찾는 과정을 유쾌하고 가슴 따뜻하게 보여준다. 피곤한 상사 니콜라스 케이지. 잭의 삶은 완벽한 것처럼 보인다. 비록 크리스마스도 반납하고 일에만 몰두하지만 그에겐 초호화 펜트하우스와 페라리가 있다. 본인 스스로 휴일을 반납하는 것에 불만도 없다. 오히려 그것이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 믿는다.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을 소홀히 하..
지퍼스 크리퍼스. 2017. 영화 「지퍼스 크리퍼스」는 23년 주기로 마을에 나타나 23일간 사람을 잡아 먹는 날개 달린 괴물에 관한 공포물이다. 심리적 스릴과는 거리가 멀고 고어스런 잔인함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심리적 스릴이 있기는 있다. 뻔히 위험한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는 인물들을 통해 쪼는맛을 안겨 준달까. 궁금해 하고 구경하러 다가가다 죽는 꼴. 댕청하게도 도망은 안 가고 오히려 가까이 접근해 죽음을 자초하는 식이다. 원래 이 시리즈 자체가 댕청한 인물들을 활용해 쪼는 맛이 대단하기는 한데, (1편을 보면 가슴 답답한 체증이 몰려온다.) 답답한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도망을 가. 이 XX야!"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는 시리즈. 한데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그마저도 없어져서 좀 심심하다. 1편..
영화 정글(Jungle). 2017. 정글 오지 탐험에 나섰다가 저승 문턱에 다녀온 생존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정글」. 영화는 오지를 탐험하다가 길잡이에게 딴지 걸고 급기야 "우린 따로 가겠다"며 갈라섰다가 죽을 고생하는 2인조의 생존기를 담고 있다. 말 안 듣고 똥고집 부렸다가 개고생하는 이들을 보며 혀를 차게 되는데, (심지어 주인공은 객지에서 미모의 여자와 썸씽도 일어나지 않았던가. 그냥 여자랑 쎄쎄쎄 놀기나 할 것이지 거길 왜 가) 영화가 다 끝나고 어마어마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러게 그냥 여기 있지 그랬어. 처음엔 죽을 똥 싸는 저들의 고생을 보며 "그러게 길잡이 말을 들었어야지. 똥고집을 왜 부려?"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대장이란 놈 따라갔다간 정말 저승 갔을 거라는 오지고 ..
Happy Death Day. 2017.11 개봉. 평소 무서운 거라면 칠색 팔색하는 사람들도 깔깔 거리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포 영화 「해피 데스데이」. 오싹하는 스릴대신 피식하는 코믹함을 입혔고, 공포물엔 으레 등장하는 답답하고 멍청한 백인 여자대신 군 입대를 해도 끄떡없을 독립적인 여주가 등장, 핵사이다 꿀잼을 날린다. 얼굴은 예쁘지만 성격은 밥맛인 주인공(제시카 로테)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 갇힌 채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에게 무한 반복 살해당하는 게 주요 스토리. 타 죽고 찔려 죽고 맞아 죽기를 반복하는 동안, 주인공은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반성하며 배드걸에서 굿걸로 변신, 제 손으로 목숨도 구제하고 소원했던 아빠랑도 화해하며 로맨스도 쟁취한다는 이야기. 킬링 타임으로 탁월한 선택. 여자가 ..
어쌔신: 더 비기닝. 2017.12 개봉. 피서객들로 붐비는 한여름의 바닷가. 주인공 랩(딜런 오브라이언)은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하며 모두의 축복 속에 해변을 로맨틱하게 물들인다. 그런데, 부서지는 햇살이 꿈결처럼 흐르던 한순간, 아메리칸 선남선녀의 행복한 모습에 심술이라도 났던 것일까, 털복숭이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민간인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군중 속에 랩의 여친도 있었다. 그렇게 가장 아름다웠어야 할 시간은 생애 가장 끔찍한 악몽으로 기억됐으니... 신혼의 단꿈에 젖었어야 할 로맨티시스트는 복수의 날만을 꿈꾸며 칼날을 간다. 그리하여 허니문 베이비 대신 전투 근육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영화 「어쌔신: 더 비기닝」은 존잘러 배우 딜런 오브라이언..
영화 트루 로맨스. 1993.12 개봉. 금사빠 커플의 로맨스 범죄물 「트루 로맨스」. 일한지 4일 된 콜걸(패트리샤 아퀘트)과 만화방에서 일하는 루저(크리스찬 슬레이터)가 만난지 24시간도 채 안 돼 사랑에 퐁당 빠져서는 결혼하고 포주를 죽이고 마약 범죄에 연루돼 도주하는 이야기를 재미지게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재미를 떠나서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는 영화다. 이래도 되나 싶게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물들이 줄줄이 참여했기 때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이자 영화 '탑 건(1986)'으로 유명한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 각본은 무려 쿠엔틴 타란티노다. 만화방 루저 백인 주인공이 어째서 쿵푸 영화 마니아라는 다소 의아한 설정인가 했는데, 타란티노가 자신을 투영한 게 아닌가 싶다.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