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녀유혼」은 유약하지만 성품이 올바른 서생 영채신(장국영)과 사연 많은 처녀 귀신 섭소천(왕조현)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순수한 사랑의 의미를 전한다. 하룻밤 폐허에서 묵던 영채신은 오밤중 홀리듯 거문고 소리를 따라간다. 거문고는 천년 묵은 나무요괴의 사주를 받고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처녀 귀신 섭소천의 유혹이었다. 그러나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여타 늑대 같은 남자들과는 달리 영채신은 섭소천을 따뜻하게 대해준다. 영채신의 순수함에 감화된 섭소천은 그를 놓아주고 살려주지만 나무요괴가 이 사실을 알아채는데... 한편, 영채신은 섭소천이 마음 착한 귀신임을 알게 되고 그녀의 환생을 돕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다. 시련이 거세질 수록 둘의 사랑은 깊어 가는데, 비록 그 끝이 이별임을 알지언정 서로에게 헌신..
글쓴이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2017)」에 매겨진 평론가들의 후한 점수가 공감되지 않는다. 설마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기에 위신상 서운한 소리를 못 하는 것일까. 괜히 서운한 소리했다가 돌아오는 말이 고작 "그럼 네가 만들어 보시던가?"면 체면도 안 설 테고 말이다. 해서 글쓴이가 용기있게 71년도 작품과 리메이크작의 비교를 통해 서운한 소리를 해보겠다. 그냥 무식해서 용감한 것일 수도 있으니 행여나 노여워들 마시라. 영화 매혹당한 사람들. 2017년 9월 개봉.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인물들의 심리 묘사일 것이다. 돈 시겔 감독의 71년 작품은 원작 소설에 충실하다. 인물들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서술한다. 그 정도가 거의 떠먹여 주는 수준이다. 반면 소..
영화 트루 로맨스. 1993.12 개봉. 금사빠 커플의 로맨스 범죄물 「트루 로맨스」. 일한지 4일 된 콜걸(패트리샤 아퀘트)과 만화방에서 일하는 루저(크리스찬 슬레이터)가 만난지 24시간도 채 안 돼 사랑에 퐁당 빠져서는 결혼하고 포주를 죽이고 마약 범죄에 연루돼 도주하는 이야기를 재미지게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재미를 떠나서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는 영화다. 이래도 되나 싶게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물들이 줄줄이 참여했기 때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이자 영화 '탑 건(1986)'으로 유명한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 각본은 무려 쿠엔틴 타란티노다. 만화방 루저 백인 주인공이 어째서 쿵푸 영화 마니아라는 다소 의아한 설정인가 했는데, 타란티노가 자신을 투영한 게 아닌가 싶다. OST
영화 블레이드 러너1. 1993.05 개봉.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지능도 대등한 수준에 오른 복제인간들이 존재하는 세계. 이들은 리플리컨트라 불리며 노예처럼 쓰여진다. 사람이 하긴 위험한 일들, 예컨대 다른 행성을 식민지화할 때처럼 온갖 궂은일에 사람 대신 노예로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스스로는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더군다나 복제인간의 수명은 4년으로 제한돼 있었으니, 자신의 존재를 깨달은 몇몇 복제인간들은 탈출을 감행한다. 급기야 창조주를 찾아가 수명을 연장해 놓으라 협박하지만 그러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듣고 광기에 휩싸여 창조주를 죽인다. 지금 보아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무엇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이 장관이다. 음미하듯 천천히 웅장한 그 세계..
영화 쥬만지(Jumanj). 1996 개봉. 96년에 개봉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쥬만지」. 뛰어난 상상력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당시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CG가 후져서 그렇지 지금 봐도 놀라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CG가 극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후진 것은 아니다.) 곳곳에 깨알처럼 배치된 유머러스함도 이 영화의 매력도를 높인다. 로빈 윌리엄스라면 이젠 고인이 됐지만 엄연히 레전드 희극인 아니겠는가. 장난기 어린 그의 표정에 새삼 추억에 잠기는 분들 많으실 것 같다. 또, 놀랍게도 커스틴 던스트도 출연한다. 그녀의 꼬꼬맹이 시절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쥬만지가 뭐냐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브루마블 게임이라고 보면 되겠다. 주사위를 던지면 돈이나 호텔을 얻는 ..
1995년도에 만들어진 스웨덴 영화 '아름다운 청춘'을 보았다. 스웨덴 작품 첨 보는데,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스웨덴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사제간의 금지된 사랑을 다룬다. 감독 보 비더버그(Bo Widerberg)의 유작(遺作)인데 96년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작이란다. 한마디로 훌륭한 예술 영화라는 것인데 금기의 소재를 너무 아름답게 풀어내 당혹스러울 정도다. 뭣보다 당시 나이 41살의 여주인공의 미모는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로 순수하다. 이것이 북유럽의 아름다움! 영화 아름다운 청춘. 1997년 개봉. 여배우 마리카 라게르크랜츠(Marika Lagercrantz) 씨인데 수줍은 미소가 상당히 매력적인 여성이다. 우울한 북유럽의 정서를 한눈에 담은 듯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우수에..
뜬금없지만 20세기 시절의 영화,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개인 교수(1981)'를 보았다. 개봉(1981년) 당시 사춘기를 보낸 아재들에게 추억의 영화로 기억된다고 하길래 그저 클래식한, 80년대의 얼레리 꼴레리한 장면이나 몇 씬 보자며 별 생각없이 틀었건만 그저 그럴 것이라 섣불리 판단했던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무릎 꿇고 사죄드리고 싶을 만큼 '실비아 크리스텔' 님은 강한 설레임으로 다가와 심장을 마구 폭행하는 사랑의 현행범이었다. 너라고 부를게! 영화 개인 교수. 1981년 작. 하나, 검색 결과 실비아 크리스텔 님은 1952년생 할머니로 이미 2012년에 고인이 되신 분. 아뿔싸, 할머니에게 ─ 그것도 고인이 되신 분께 반응했다는 사실이 조금 찜찜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는 없는 일. 그보다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