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니벨룽의 반지. 2004년. 「니벨룽겐의 반지」는 바그너가 무려 28년간 공을 쏟아 만든 필생의 역작으로서, 4부작으로 구성된 동명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가 원작인 영화, 아니 독일 TV드라마다. 바그너란 이름이 초딩 음악 시간 때 듣고 처음이라 추억 돋는 이들을 위해 이 오페라에 대해 간결히 설명하자면 4부작을 다 보는데 걸리는 시간만해도 4시간씩 4번 해서 총 16시간이 걸린다는, 비록 보진 않았어도 왠지 그냥 이미 ㅈ나 대단하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은 오페라. 주인공 이름이 지크프리트. 그리고 이 영화 드라마는 그 ㅈ나 대단히 긴 오페라 4부(전야, 제1야, 제2야, 제3야로 구성) 중에서 제2야(夜) '지크프리트'를 2부작 TV 미리 시리..
좀비서바이벌가이드, 2015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는 찐따 3인방 틴에이저물에 섹시유머 열아홉 스푼과 병맛 열여덟 스푼을 첨가해 28바퀴 정도를 뒤척인 뒤 나이스 킹왕짱 모델 5인을 파슬리처럼 곁들여 B급 호러 좀비물로 조리한 영화 「좀비서바이벌 가이드」. 이 병맛섹시호러코미디 영화의 감독은 과거 디스터비아, 파라노말 액티비티3, 4, 더 마크드 원스 각본을 썼고 해피 데스데이(2017)의 연출을 맡았던, 호러계에선 나름 유명인 크리스토퍼 랜던 님되시겠다. 때문에 이런 걸 왜 만들었나 싶게 무의미할 정도로 허탈하고 유치할지언정 선혈이 낭자한 좀비들의 육신을 배경으로 백형들 감성의 병맛에 취해 모델 뺨치는 여주 사라 두몬트 양의 흥겨운 들썩임을 넋 놓고 보다 보면 러닝타임 90분이 훌쩍 간다. 영화의 스토리..
영화 서펀트: 죽음의 협곡. 2017년. 멸종 위기의 희귀 딱정벌레를 채집하기 위해 '죽음의 협곡'으로 탐사를 떠난 아담과 그윈. 곤충박사 아담은 자기도 좀 데려가 달라고 졸라대는 아내 그윈의 청을 이기지 못 하고 탐사지역에 동행시켰는데, 웬걸 야영 중 마누라의 부주의로 텐트 속에 블랙맘바가 기어들어 왔으니, 오랜만에 사랑을 나눈 터에 피곤함으로 꿈나라에 빠져있던 아담은 급히 행선지를 틀어 황천길 KTX에 몸을 싣는다. 텐트 안에 침입한 블랙맘바를 무찌르기 위한 두 남녀의 고뇌와 사투를 그린 영화 「서펀트: 죽음의 협곡」. 텐트에 누워 자다말고 블랙맘바가 들어오는 바람에 잔뜩 쫄아버린 부부는 급기야 러닝타민 80분 중 무려 45분 가량을 와불마냥 누워서 연기한다. 눕방 영화는 처음. 사라 두몬트, 톰 앤..
영화 친유키(珍遊記). 2016. 90년대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진유기」. 원작을 몰라도 보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친절한 만화인데, 스님과 머리에 링을 두른 등장인물 포스터만 봐도 대번에 알아챌 수 있듯 서유기를 베이스로 한 만화인 것. 서유기를 작가의 입맛에 맞게 병맛으로 조리한 코믹물로써 실없이 웃기에 최적화된 작품.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적당히 핸섬한 배우 마츠야마 켄이치가 천방지축 요괴로 나오는데, 손오공이 아니라 그냥 홀딱 벗은 대머리 방구대장 요괴로 나오기 때문에 그를 지성미 가득한 데스노트 속 시크남 L로 기억하고 싶은 팬분들이라면 그의 변화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 할 수도 있겠다. 더군다나 명배우답게 (쓸데없이) 캐릭터에 매우 충실하다. 꼭 시청을 하겠다면야.....
영화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 2017.08 개봉. 신비로운 생명체 '컨버터'를 둘러싼 우주 모험극을 그린 영화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참고로 컨버터란 미니 용가리(?)인데, 흡사 돼지, 고슴도치, 도마뱀을 삼종교배 시킨 듯한 생김새에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 눈망울을 지닌 생명체. 세 주먹 크기로 애완동물처럼 품 안에 쏙 들어온다. 그런데 요놈이 매우 신통방통한 능력을 지녔다. 그 능력이라 함은 진주 한 알을 먹으면 즉석에서 수백 개의 진주를 똥처럼 배출하는 것. 그러니까 이 녀석만 가지고 있으면 빌게이츠 귀싸대기 때리고 치료비까지 두둑히 챙겨줄 수 있다. 돼지+고슴도치+도마뱀 > 빌게이츠 스토리는 데인 드한과 카라 델레바인이 다 멸종하고 한 마리만 남은 이 요물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
영화 지오스톰. 2017.10.19 개봉. 영화 「지오스톰 (Geostorm)」은 조금 색다른 재난영화다. 기존 재난영화들에 그려진 자연재해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한 대가로 응당 치뤄내야 할 인과응보적인 느낌이었다면, 지오스톰 속 재해는 신의 영역에 도전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기후를 인간의 마음대로 통제하다 된통 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지구에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자 인류는 날씨 통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에 대항한다는 설정이다. 그러다 오류가 발생해 인류가 오히려 파멸될 위기에 봉착했는데, 사건을 파헤치다 보니 기계적 오류가 아니라 악당이 악의적으로 기후통제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량살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액션스타 제라드 버틀러가 ..
영화 배드 지니어스. 2017.11.02 개봉. 컨닝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한다면 아마도 관객들의 대부분은 하품부터 할지도 모르겠다. 중고딩이나 볼 법한, 뻔하게 예상 가능한 학원물부터 떠오르지 않는가. 하긴 마법을 부리지 않는한 컨닝수법부터가 뻔하다 싶기도 하다. 또 혹자들은 "소싯적 내가 한 컨닝 했다."며 자랑처럼 실전 컨닝비법을 떠벌리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태국산 스릴러 「배드 지니어스 (Bad Genius)」를 보지 않은 자 섯불리 컨닝을 논하지 말지어다. 유치한 학원물도 아닌 스릴감 넘치는 케이퍼무비일 뿐더러, 실화까지 가미된 사실적인 연출로 보는 이로 하여금 진땀 깨나 흘리게 한다. 이미 동남아시아권 박스오피스 1위를 찍었다. 답을 피아노 연주로 전달한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의 짧은 일탈을 그린 영화 「애인」. 영화는 흡사 명작으로 칭송되는 「비포 선라이즈 (1995)」의 큰 줄기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2005)」을 접목하여 사랑과 섹스에 대한 여성향적 판타지를 과실로 매단 느낌이다. 분명 극 중 두 남녀는 성인의 외관을 띄었거늘, 흡사 현실에서 벗어나고파 그 돌파구로서 3차원 행색을 하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치기 어린 태도를 보여준다. 고단함이라는 삶의 속성을 인정하는 현실적 태도들과는 서울과 비엔나쯤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때문에 영화는 놀이동산에서 삐에로가 쥐여 주는 무지개빛 솜사탕 같았다. 담백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두 남녀가 갈수록 삐에로를 자처하는 바람에 현실을 놀이동산처럼 만들어 버린다. 이 점에서 일부 관객들은 유치함을 느..
소설가라는 캐릭터의 이점과 액자식 구성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영화 「롤플레이」. 주인공(A)이 소설가인데, 주인공(A)이 쓰는 소설 속 주인공(B)도 소설가인데다, 그 소설 속 주인공(B)이 쓰는 소설 속 주인공(C) 역시 소설가라는 설정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보는 우리들의 입장에선 소설가가 총 3명 등장하는 것이다. 때문에 처음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아리송하다가도 보다 보면 수수께끼를 푸는 것처럼 재미있다. 구조적 재미도 재미지만 배우들 역시 매력적이다. 살짝 복잡한 구조로 관객들의 흥미가 돋궈지고 나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셰프로 나서서 맛깔나게 조리하는 것이다. 배우 이동규 님은 과거 정진영, 양동근, 한채영 님 주연의 영화 '와일드 카드(2003)'에서 퍽치기 두목으로 활약했던 바 있다. 그때의..
제목과 소재에서부터 과거 윤계상, 하정우 님 주연의 '비스티 보이즈'를 강하게 연상시키며 떼려야 뗄 수 없게 비슷한 외관을 지닌 영화 「비스티걸스」. 비스티 보이즈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로 보이는데, 다만 비스티 보이즈가 청담동 호스트들의 민낯을 되도록 리얼하고 하드하게 보여줬다면 비스티 걸스는 연예인 지망생 빠순이들의 삶을 되도록 아름답고 소프트하게 보여준다. 예컨대 비스티 보이즈가 날것 그대로의 담백함을 제공하는 스시와 같았다면 비스티걸스는 스시집 입구에 전시된 모형 초밥 같았다고나 할까. 때문에 영화는 동화 같은 매력이 있다. 극 중 배우 고은아 님이 업소 대마담 역할로 수고해 주셨는데, 일 하겠다고 들어오는 신입 아가씨들보다 더 젊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히로인 김서지 님과 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