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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의 짧은 일탈을 그린 영화 「애인」. 영화는 흡사 명작으로 칭송되는 「비포 선라이즈 (1995)」의 큰 줄기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2005)」을 접목하여 사랑과 섹스에 대한 여성향적 판타지를 과실로 매단 느낌이다.
분명 극 중 두 남녀는 성인의 외관을 띄었거늘, 흡사 현실에서 벗어나고파 그 돌파구로서 3차원 행색을 하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치기 어린 태도를 보여준다. 고단함이라는 삶의 속성을 인정하는 현실적 태도들과는 서울과 비엔나쯤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때문에 영화는 놀이동산에서 삐에로가 쥐여 주는 무지개빛 솜사탕 같았다. 담백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두 남녀가 갈수록 삐에로를 자처하는 바람에 현실을 놀이동산처럼 만들어 버린다. 이 점에서 일부 관객들은 유치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본다. 손님들이 하루 잠깐 놀이동산에 들린줄로만 알았는데, 반대로 삐에로가 잠깐 현실에 들린 느낌.
솜사탕은 달콤함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연인의 달달한 실랑이를 음미하다 보면 허영과 허세가 조미료처럼 입 안에서 씹힌다. 때문에 설탕을 좋아하는 관객들의 기호에 맞다. 꿈을 꾸듯 달달하다. 반대로 단백함을 원하는 관객들에겐 엇갈린 느낌일 수 있겠다.
어쩌면 달달함과 허영, 허세가 그 시절의 유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세기말을 보내며 하두리와 싸이월드의 절정을 맛본 세대 아니겠는가. 21세기가 막 시작되던 때 만들어진 ─ 2005년도 개봉 영화이기에 주연 배우 조동혁 님과 성현아 님의 리즈시절을 볼 수 있다. 아름답고 반갑고 재밌다. 흘러간 패션을 보는 맛 또한 나름의 재미.
만족도 : 2.5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