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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오스톰. 2017.10.19 개봉.
영화 「지오스톰 (Geostorm)」은 조금 색다른 재난영화다. 기존 재난영화들에 그려진 자연재해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한 대가로 응당 치뤄내야 할 인과응보적인 느낌이었다면, 지오스톰 속 재해는 신의 영역에 도전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기후를 인간의 마음대로 통제하다 된통 당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지구에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자 인류는 날씨 통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에 대항한다는 설정이다.
그러다 오류가 발생해 인류가 오히려 파멸될 위기에 봉착했는데, 사건을 파헤치다 보니 기계적 오류가 아니라 악당이 악의적으로 기후통제 프로그램을 조작해 대량살상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액션스타 제라드 버틀러가 등장하지만 이 작품에선 과학자로 나오는 통에 300에서 보여 준 속 시원한 발길질 같은 건 없다. 대신 쓰나미, 용암분출, 혹한이 스크린을 뒤덮으며 관객의 숨통을 짜릿하게 조여온다.
기후 통제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류.
이 소재는 어떻게 봐도 미국의 전자기파무기 하프(HAARP)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폐쇄되고 없지만, 잘 알려져 있듯 하프는 과거 미국 알래스카에 80만평 규모로 설치되어 있던 안테나장치다.
음모론자들은 미정부가 하프의 전자기파를 이용해 대지진과 해일을 일으킨다며 끊임없이 추궁에 나섰다. (그들에 따르면 하프로 마인드 컨트롤도 가능하다고 한다.)
새로운 타입의 재난영화 등장.
그로 인해 미정부가 "하프는 대체에너지 및 군사관련한 연구소일 뿐, 날씨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음모론자가 이쯤에서 물러난다면 어디 음모론자라 하겠는가.
하프 시설은 2014년도에 폐쇄되었고 지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지금도 자연재해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면 하프 음모론은 고개를 들곤 한다. 2016년에 대한민국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도 하프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미정부가 분명 어딘가에서 몰래 HAARP를 운영하면서 지금도 기후를 조작하고 자연재해를 일으킨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하프가 대량살상 무기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이 정도면 미국이 무서운 게 아니라 음모론자들이 미국 정부를 IS급의 살인집단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짐 스터게스, 애비 코니쉬 출연.
언제쯤 그의 발길질을 다시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