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등산의 참맛」은 제법 성인 예술 영화다운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사색하게 하는 맛이 있었던 것인데, 작품은 각자의 아픔을 지닌 주인공들을 통해 사랑의 헛헛함, 삶의 상실감 등을 나지막이 얘기한다. 바람난 아내를 두고 삶의 의욕을 잃을 남자, 아이를 잃고 몸도 마음도 걸레가 된 여자가 이야기의 주인공. 진중한 이야기를 다뤄서 일까. 러브신(scene)이 그리 자극적이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숨을 탁 트이게 만드는 경치와 산림을 따라 성격도 생각도 완벽히 불일치하는 남녀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할 때쯤 마치 친구와 대화를 한 듯 즐겁고 편안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임나영, 강애라, 이상두, 박도진, 조용복 출연.
"역시, 석봉 형님!"이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본인이 국내 작품에 입문한 지는 2년 정도 된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남자 배우도 있었으니, 그 이름 석자 한석봉 국민 배우 한X규 님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 젠틀함, 수더분한 인상으로 붓 대신 떡을 썰며 마일드한 분위기와 달리 "캬!" 소리 나는 와일드한 플레이를 보여준다. 단조로울 수 있는 장면도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승화시키는 건 그의 전매특허. 매 장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임하는 그의 자세에선 작품에 대한 열정마저 느낄 수 있는데, 이 영화 「바람난 아내들」에서 역시 마찬가지. 산전수전 다 겪어 제법 나불거릴 만한 이채담도 조용히 셧업시키고 얌전한 요조숙녀로 만든다. 배우 진시아 역시 석봉 형님의 지도 아래 홍콩행 티켓을 쥐고 저 멀리 날아오르는데..
시간과 돈 좀 썼겠다 싶었다. 영화 「옆집 아가씨」는 퀄리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해서 일반 TV나 영화처럼 예쁜(?) 그림들이 많이 나온다. (배우 이수가 참 예쁘게 나오더라.) 또 귀신이라는 소재를 접목해서 색다른 재미를 주는데, '누가 귀신일까?' 생각하며 보다 보니 본래의 시청 목적도 두루마리의 존재도 까맣게 잊었다. 추리라 할 건 없지만 나름 머리를 쓰며 보다 보니 아래로 돌아야 할 피가 위로 쏠렸던 것이다.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가끔 이런 류의 작품을 시청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다만 본인은 주식은 안 될 것 같다. 무서운 BGM 깔리고 귀신 나오는데도 흔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제작사는 아마도 틈새 시장을 노린 것 같다. 안소희, 이수, 도모세 출연.
앞서 이민 감독의 '젊은 누나'를 보고 신선한 재미를 얻은 바 있어서 중독: 관음증(감독판)까지 보았다. 이 작품 역시 고전이라 그런지 화질, 음성 따위가 저질이다. 아마도 '이 감독이 활동한 시기가 20세기인가 보다.'하고 추측만 할 뿐 이 감독에 대해선 잘 아는 점이 없다. 나로선 의아한 점은 이 감독의 네이버 영화 작품평은 모조리(?) 下라는 것. 하나 난 이 작품 역시 괜찮은 느낌을 받았는데, (저질 음성과 화질에서조차 왠지 모를 향수를 느껴서 그 나름대로 빈티지한 맛으로 봤을 정도니......) 다 보여줄 수 없는 한국 시장의 한계 속에서 제법 쏠림직한 영상을 뽑아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젊은 누나에서도 언급했듯 핸드헬드 기법으로 찍어내는 아슬아슬한 구도에서 기인한다. 이 작품 역시 핸드헬드 기..
작품 설명에는 분명 2018년도 개봉이라 돼 있지만 고전이었다.낚시라 기분이 언짢을 법도 했지만고전을 접해보지 않은 나로선 신선한 재미를 느꼈는데,특히 핸드 헬드 카메라로 찍어낸 덕에 현장감과 리얼리티를 만끽할 수 있었고보일 듯 말 듯 줄타기하며 아슬아슬하게 찍어낸 카메라 구도에선 적잖은 쏠림을 느낄 수 있었다. 요약하건대 고전 영화 「젊은 누나 무삭제판」은 본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3가지가 있어 좋았다.즉 핸드헬드, 현장감, 아슬아슬한 구도.하라, 보영, 하늘 출연.덧. 과거 배우들은 성은 없고 정감있게 이름만 썼나 보다?
영화는 (내가 알기론) 이제껏 다루지 않았던, ㅋㅅㅂ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제법 쏠쏠한 쏠림을 줬다. 알다시피 ㅋㅅㅂ은 은밀히 도처에 널려있고, 그곳엔 새로운 이성과의 만남이라는 두근거림이 있다. 영화를 통해 그 두근거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토록 궁금했던, 실장과 매니저의 내밀한 관계 또한 그리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충족시킨다. 무엇보다 아버님이 손님이라는 설정에 박수. 그 외 영화 「가슴 큰 여자친구」가 좋았던 점. 1. 연출이 깔끔하고 좋았다. 2. 이지수, 유해나라는 새롭고 내추럴하며 왕ㅅㅅ한 배우들의 발견! (추천) 3. 두근거리고 ㅅㅅ한 스토리 이지수, 유해나 출연.
남자의 캐릭터가 시크했더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요는, 엄마의 애인이 너무 순둥이라 재미가 덜했다. 영화 「엄마애인2」에는 딸이 과거에 사귀다 버린 남자가 엄마의 현 애인이라는 설정이 나온다. (물론 엄마는 그 사실을 모른다.) 딸은 엄마 집에 갔다가 과거 자신이 버린 남자와 얼떨결에 재회하는데, 그가 아직 자신을 잊지 못 하고 있음을 알아채고 유혹한다. 문제는 남자 캐릭터가 순둥이에 찐따다 보니 유혹의 몸짓 한 번에 무너져 버려 재미가 없다. 반대로 '너따위는 다 잊었다'는 듯이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안 주고 갑작스런 재회에도 감정의 미동조차 안 보이는 남자였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이유는 1. 여자는 실제로 그런 남자에게 끌린다. 2. 관객에게 승리감, 정복감을 줄 수 있다. 그리하여 내 ..
후유증을 앓는 게 분명 나만 있는 건 아닐 것 같다. 「내 아내의 엄마」에는 시트콤에 쓰일 법한 BGM이 시도 때도 없이 연신 나오는데, (왜 그 시트콤에서 장면 전환될 때 나오는 그런 류의 BGM 있잖은가.) 심지어 짝짜꿍 시에도 무한 반복 플레이 되는 덕에 흥은 흥대로 안 나고 (뜨거운 오뎅을 후후 불어 식히듯 당신의 오뎅을 식혀 버린다.) 다 보고 나서도 뇌리에선 "뚜뚜 뚜루뚯 뚜!" "뚜뚜 뚜룻뚯 뚜!"하며 무한 반복돼 잘 때도 잠은 잠대로 설치고 눈이 퀭한 출근길에도, 부장님이 갈궈 멘탈이 털릴 때도, 점심 된장을 숟가락 뜨다 옆 부서 좋아하는 미스 김과 눈이 마주쳐도 콩나물 시루같은 퇴근길 만원 전철 강남역에서 오뎅을 향해 첨 뵀지만 사랑하고픈 웬 시스터가 엉덩이부터 들이밀며 무리한 탑승을 시..
불 위에 오른 조개는 입을 벌리게 돼 있다. 문제는 화력과 시간.다 꺼져가는 연탄불이래서야 조개는 쉽사리 입을 벌리지 않는다.다만 불 위에 올라있는 한,먹고자 하는 이가 제가 가진 분수를 잊은 채 불판을 엎어버리지 않는 한조개는 끝내 입을 벌리고 감춰 두었던 속살을 드러낸다.반대로 화력이 강하다면 제아무리 굳게 닫힌 조개라도삽시간 배시시 입을 벌리고 빼꼼히 벌어진 입 사이로 비릿하고 뜨거운 국물을 쏟아낸다.영화 「불륜동창회2」는 시식자들에게 다시금 화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네가 먹지 못 하는 이유는 연탄불을 지녔기 때문임을......안소희(=강한나), 이채담, 수지 출연. 하.
오지현, 처음으로 좋았다.개개인 다르겠지만 본인은 뻭빽 거리는 여자를 싫어한다. 또 비록 중간에 잠깐 기어 올라탈 순 있어도 들판이건 화장실이건 침대건 자동차건 전장에서 승자는 남성이길 원한다.그런 점에서 숙모 박주빈보다 조카의 여친 오지현이 더 좋았다.잔뜩 화가 난, 남친의 삼촌에게 성난 매질을 당하자 "교수님 제가 잘못했어요."라며 당장이라도 울음을 쌀 듯 흥흥 거리는데, 오지현의 연기에 감동해 쏠린 건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내 친구의 숙모보다는 조카의 여자친구를 추천. 덧. 삼촌의 매질엔 리듬 앤 소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