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루 로맨스. 1993.12 개봉. 금사빠 커플의 로맨스 범죄물 「트루 로맨스」. 일한지 4일 된 콜걸(패트리샤 아퀘트)과 만화방에서 일하는 루저(크리스찬 슬레이터)가 만난지 24시간도 채 안 돼 사랑에 퐁당 빠져서는 결혼하고 포주를 죽이고 마약 범죄에 연루돼 도주하는 이야기를 재미지게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재미를 떠나서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는 영화다. 이래도 되나 싶게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물들이 줄줄이 참여했기 때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이자 영화 '탑 건(1986)'으로 유명한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 각본은 무려 쿠엔틴 타란티노다. 만화방 루저 백인 주인공이 어째서 쿵푸 영화 마니아라는 다소 의아한 설정인가 했는데, 타란티노가 자신을 투영한 게 아닌가 싶다. OST
영화 블레이드 러너1. 1993.05 개봉.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지능도 대등한 수준에 오른 복제인간들이 존재하는 세계. 이들은 리플리컨트라 불리며 노예처럼 쓰여진다. 사람이 하긴 위험한 일들, 예컨대 다른 행성을 식민지화할 때처럼 온갖 궂은일에 사람 대신 노예로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스스로는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더군다나 복제인간의 수명은 4년으로 제한돼 있었으니, 자신의 존재를 깨달은 몇몇 복제인간들은 탈출을 감행한다. 급기야 창조주를 찾아가 수명을 연장해 놓으라 협박하지만 그러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듣고 광기에 휩싸여 창조주를 죽인다. 지금 보아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무엇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이 장관이다. 음미하듯 천천히 웅장한 그 세계..
영화 이프 온리(If Only). 2004.10 개봉. 사랑보다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남자와 일도 중요하지만 사랑을 우선시하는 여자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프 온리」. 남자는 일에 흠뻑 취해 사는 캐릭터로 한 치 앞도 모르는 판에 50년 후 미래를 내다 보며 일에 몰두하는 일 중독자고 여자는 시쳇말로 욜로(YOLO)족으로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판에 오늘에 충실하자는 캐릭터다. '순애보'다 보니 무겁고 가슴 찡한 이야기지만 코믹한 요소도 섞여 있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영국 남자와 미국 여자의 대립을 통해 알콩달콩한 구석을 보여준다. 배우 폴 니콜스와 제니퍼 러브 휴잇. 실제 영국 출신 배우 폴 니콜스가 일만 잘 할 줄 알지, 여자를 지독히 사랑함에도, 정작 사랑하는 방법..
킹스맨: 골든 서클. 2017.09 개봉. 「킹스맨: 골든 서클」은 키덜트들을 위한 넘버원 스펙터클 오락 액션 영화로서 부족함이 없다. 영화는 여러면에서 놀라움을 안겨주었는데, 1편보다 확장된 스케일과 통쾌한 액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추가, 곳곳에 깨알처럼 배치된 유머, 가슴 찡한 감동까지! 영화는 시작부터 빠르고 강하게 몰아붙이며 택시를 이용한 차량 액션을 선보인다. 그런데 이 택시, 갖고 싶다! 게처럼 제자리에서 좌우로 이동이 가능하지를 않나, 서커스에 가까운 360도 코너링으로 보는 이의 혀를 내두르게 하질 않나, 보닛에서 정은이도 놀랄 미사일이 튀어나오질 않나, 잠수함으로 변신하지를 않나, 1편에선 우산이 탐났다면 2편은 택시다! 영국 택시라면 Fake 택시가 최곤 줄 알았는데, 이런 택시는 처..
영화 쥬만지(Jumanj). 1996 개봉. 96년에 개봉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쥬만지」. 뛰어난 상상력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당시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CG가 후져서 그렇지 지금 봐도 놀라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CG가 극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후진 것은 아니다.) 곳곳에 깨알처럼 배치된 유머러스함도 이 영화의 매력도를 높인다. 로빈 윌리엄스라면 이젠 고인이 됐지만 엄연히 레전드 희극인 아니겠는가. 장난기 어린 그의 표정에 새삼 추억에 잠기는 분들 많으실 것 같다. 또, 놀랍게도 커스틴 던스트도 출연한다. 그녀의 꼬꼬맹이 시절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쥬만지가 뭐냐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브루마블 게임이라고 보면 되겠다. 주사위를 던지면 돈이나 호텔을 얻는 ..
영화 거짓말의 발명. 2009년. 사람들이 거짓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줄 알게 된 뚱땡이 루저 노총각의 인생역전 결혼 성공기를 그린 영화 「거짓말의 발명」. 주인공 마크(릭키 제바이스 扮)는 들창코, 비만, 무능력을 두루 갖춘 나머지 번식 탈락 위기에 놓인 중년. 통장 잔고 300달러가 전 재산이지만 보는 눈만큼은 지극히 정상이었으니, 고소득 퀸카녀 애나(제니퍼 가너 扮)를 탐하는데... 주인공이 뜻밖에 '거짓말'이라는 재능을 발견하면서 전혀 발전 가능성이 없던 두 사람의 관계에도 희망의 빛이 드리운다. 영화는 세상 사람들 전부가 거짓말을 할 줄 모르기에 사기, 아첨, 허구 따위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정인데, 언뜻 아름답고 신뢰 가득한 세상이 떠올랐지만, 실상은 눈치..
영화 파커. 2014 개봉. 뒤통수 맞고 돈 떼인 아재의 복수극을 그린 영화 「파커」. 주인공 파커(제이슨 스타뎀 扮)는 예비 장인어른의 주선으로 4인조 도둑놈들과 팀을 이뤄 주말놀이공원에서 1백만 달러를 터는데, 막상 범죄가 성공하자 4인조는 안면몰수하고 파커에게 총을 쏜 뒤 돈을 들고 튄다. 영화 시작한지 채 20분도 안 돼 흠씬 두들겨 맞고 총상까지 입어 저승사자 최종면접 직전까지 갔던 파커는 아직 한참 남은 러닝타임을 의식했던지 스스로 링게루 한 방을 꽂고 불사신처럼 일어난다. 총알이 뚫고 지나가 구멍이 슝슝 뚫린 몸이었지만 통수 4조인조를 끝까지 쫓아가 모조리 숨통을 끊어버린 67년생 제이슨 스타뎀 아재의 정력이 소스라치게 놀라울 따름. 제이슨 스타뎀과 제니퍼 로페즈(69년생)가 각기 샷건과 권..
영화 「래디우스 (Radius)」. 리암(디에고 클래튼호프 扮)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신이 깨어난다. 머리에 잔뜩 묻은 피.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운전면허증을 보고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파악한다. 황급히 인근 식당으로 찾아 들어간 그. 그런데 식당 내 모든 사람들이 눈깔을 뒤집고 죽어있다. 사태 파악을 할 겨를도 없이 때마침 식당으로 들어오던 차가 먼저 주차된 차를 들이박고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댄다. 급히 밖으로 나가 사고를 확인하는 리암의 눈앞에 역시나 눈깔을 뒤집고 사망한 운전자가 들어온다. 빌어먹을 역병이 돌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던 것일까. 리암은 급히 자신의 소매를 부왁 뜯어 코와 입을 막고 지도를 펼쳐 집으로 향한다. TV에서 뉴스 보도가 흘러나온다. 이 사태에 대해 대강의 파악..
영화 니벨룽의 반지. 2004년. 「니벨룽겐의 반지」는 바그너가 무려 28년간 공을 쏟아 만든 필생의 역작으로서, 4부작으로 구성된 동명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가 원작인 영화, 아니 독일 TV드라마다. 바그너란 이름이 초딩 음악 시간 때 듣고 처음이라 추억 돋는 이들을 위해 이 오페라에 대해 간결히 설명하자면 4부작을 다 보는데 걸리는 시간만해도 4시간씩 4번 해서 총 16시간이 걸린다는, 비록 보진 않았어도 왠지 그냥 이미 ㅈ나 대단하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은 오페라. 주인공 이름이 지크프리트. 그리고 이 영화 드라마는 그 ㅈ나 대단히 긴 오페라 4부(전야, 제1야, 제2야, 제3야로 구성) 중에서 제2야(夜) '지크프리트'를 2부작 TV 미리 시리..
좀비서바이벌가이드, 2015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는 찐따 3인방 틴에이저물에 섹시유머 열아홉 스푼과 병맛 열여덟 스푼을 첨가해 28바퀴 정도를 뒤척인 뒤 나이스 킹왕짱 모델 5인을 파슬리처럼 곁들여 B급 호러 좀비물로 조리한 영화 「좀비서바이벌 가이드」. 이 병맛섹시호러코미디 영화의 감독은 과거 디스터비아, 파라노말 액티비티3, 4, 더 마크드 원스 각본을 썼고 해피 데스데이(2017)의 연출을 맡았던, 호러계에선 나름 유명인 크리스토퍼 랜던 님되시겠다. 때문에 이런 걸 왜 만들었나 싶게 무의미할 정도로 허탈하고 유치할지언정 선혈이 낭자한 좀비들의 육신을 배경으로 백형들 감성의 병맛에 취해 모델 뺨치는 여주 사라 두몬트 양의 흥겨운 들썩임을 넋 놓고 보다 보면 러닝타임 90분이 훌쩍 간다. 영화의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