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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래디우스 (Radius)」. 리암(디에고 클래튼호프 扮)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신이 깨어난다. 머리에 잔뜩 묻은 피.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운전면허증을 보고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파악한다. 황급히 인근 식당으로 찾아 들어간 그. 그런데 식당 내 모든 사람들이 눈깔을 뒤집고 죽어있다. 사태 파악을 할 겨를도 없이 때마침 식당으로 들어오던 차가 먼저 주차된 차를 들이박고 요란하게 경적을 울려댄다.
급히 밖으로 나가 사고를 확인하는 리암의 눈앞에 역시나 눈깔을 뒤집고 사망한 운전자가 들어온다. 빌어먹을 역병이 돌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던 것일까. 리암은 급히 자신의 소매를 부왁 뜯어 코와 입을 막고 지도를 펼쳐 집으로 향한다.
TV에서 뉴스 보도가 흘러나온다. 이 사태에 대해 대강의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눈치. 그런데 리암은 곧 이 모든 죽음의 원인을 알아차리게 된다. 자신의 일정 반경 범위에 들어온 생명체는 짐승이고 인간이고 단숨에 숨통이 끊어지며 픽픽 쓰러졌던 것.
왓 더 뻑한 시츄에이션에 급 시어리어스해진 그. 일단 사람들과 부딛히지 않기 위해 몸을 숨긴다. 급 피곤함에 잠깐 눈을 부쳤다 뜬 리암의 집앞에 웬 미모의 여인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데... 이 여자, 죽지를 않는다.
(WARNING! 아래부터는 스포와 제멋대로 해석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제인(샬롯 설리번 扮). 자신 역시 사고로 기억을 잃었단다. 눈을 떠 보니 리암의 트럭 근처에 쓰러져 있었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잃어버린 기억의 실마리를 찾아 그의 집을 찾아왔다는데, 리암은 그녀가 자신의 곁에 붙어있으면 '생명을 빨아먹는 힘'이 발휘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기억을 찾기 위한 둘의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 말미에 그려져있듯 리암이 자신도 모르게 사람을 죽이는 건 우주로부터 날아온 불가해한 번개(?)를 맞았기 때문이다. 더 재미난 건 기억을 찾고 보니 지가 사실은 사이코패스였음을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리암은 자신에게 미지의 살인 능력이 생긴 걸 깨닫게 된 직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굉장히 애쓴다. 또 자신이 납치 연쇄살인마였음을 기억해낸 순간에는 구역질을 하며 눈시울을 붉히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이코패스라기엔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리암이 번개를 맞고 사이코패스에서 완벽히 정상인이 됐음을 알 수 있다.
감독은 왜 이런 설정을 했을까? 영화 중간, 아직 기억을 찾기 전 리암은 제인에게 "과학자들이 (이 불가해한 일에 대해) 우리 탓이 아님을 증명해 줄 수는 있어도 우리들이 치료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평생 갇혀 지낼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을 찾은 뒤 결말에 가서는 리암은 권총으로 자살한다.
제인의 쌍둥이 언니를 죽인 것도 리암.
리암이 말하던 치료를 구원으로 본다면 리암은 죽음으로서 구원의 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자신이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을 자각한 이후 밀려드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이었으며 피해자들에 상응하는 (어쩌면 유일한) 죗값이기도 했다.
살인범들이 TV에 나와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걸 보곤 한다. 사이코패스도 형을 살면 다시 사회로 방생된다. 우린 그 살인범이 정말 죄송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우린 그 사이코패스가 정말 교화되고 정상인으로 변했는지 알 길이 없다.
사이코패스가 왜 사이코패스로 태어났는지는 조차 알 수 없다.
다만, 사이코패스가 정말 정상인으로 180도 변해 자신의 과오를 깨달았다고 한다면 응당 선택은, 리암이 그랬듯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에는 동감하게 된다. 리암이 총구를 자신의 머리에 대고 당긴 심정을 말이다.
극 중 제인이라는 인물의 의미는 죄의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제인이 리암에게 살해당한 여자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점, 리암에게 그녀가 붙어있을 때야만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면.
(디에고 클래튼호프 인스타그램 @diegoklattenh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