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져누운 남편을 대신해 생활 전선에 뛰어든 여인. 남편의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그날도 대리운전을 나갔다. 잔뜩 꽐라가 돼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 하는 취객을 부축해 간신히 차에 태운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 뒷자석 어둠 속에서, 인사불성으로 취한 줄로만 알았던 남자의 눈은 여인의 뒤통수를 또렷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인은 이런 사실을 꿈에도 알지 못 했다. 도착지에 정차해 남자를 흔들어 깨우던 찰나, 취객의 거센 손이 목표물을 낚아채 당긴다. 걸음이 서투른 망아지처럼 그대로 풀썩 엎어져 껴안겨 버린 대리운전 기사. 퇴근하고 들어온 주인을 반기듯 정신없이 품을 비집고 들어가 미친 새키마냥 킁킁대는 개같은 취객. 만나서 반갑다고 뽀뽀뽀 하려던 순간...... 아뿔싸, 마스크 뒤 서로의 얼굴을 ..
영화 딸래미들. 이채담이 원래 이렇게 도도했나? 이채담의 도도함이 넷플릭스 '소년심판'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를 능가한다. 보고 있자니 코를 아주 납작하게 해주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그나마 작중 민도윤 씨가 도도한 자를 납작하게 눌러주는 듯 했지만, 조금 아쉬웠다. 예컨대, 이랬다면 어땠을까? 마운트 자세에서, 퉁퉁 익어 벌겋게 달아오른 자두로 채담의 입을 연신 틀어 막고 엉덩이 때찌 자세에선 도도한 자의 '출구'를 무한 들락날락거리며 봉쇄와 개방을 반복했다면? 도도한 자는 말하겠지 "어머 거긴 출구야! 이 짐승 같은 인간아!" 그렇게 몇 날 며칠 입출구를 연신 털리며 떡실신과 기상을 반복하던 채담은 마침내 코가 납작해졌으니...... 키야~! 주모 여기 한 사발 더! 보는 관객들은 흥분의 도가니...
"역시, 석봉 형님!"이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본인이 국내 작품에 입문한 지는 2년 정도 된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남자 배우도 있었으니, 그 이름 석자 한석봉 국민 배우 한X규 님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 젠틀함, 수더분한 인상으로 붓 대신 떡을 썰며 마일드한 분위기와 달리 "캬!" 소리 나는 와일드한 플레이를 보여준다. 단조로울 수 있는 장면도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승화시키는 건 그의 전매특허. 매 장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임하는 그의 자세에선 작품에 대한 열정마저 느낄 수 있는데, 이 영화 「바람난 아내들」에서 역시 마찬가지. 산전수전 다 겪어 제법 나불거릴 만한 이채담도 조용히 셧업시키고 얌전한 요조숙녀로 만든다. 배우 진시아 역시 석봉 형님의 지도 아래 홍콩행 티켓을 쥐고 저 멀리 날아오르는데..
불 위에 오른 조개는 입을 벌리게 돼 있다. 문제는 화력과 시간.다 꺼져가는 연탄불이래서야 조개는 쉽사리 입을 벌리지 않는다.다만 불 위에 올라있는 한,먹고자 하는 이가 제가 가진 분수를 잊은 채 불판을 엎어버리지 않는 한조개는 끝내 입을 벌리고 감춰 두었던 속살을 드러낸다.반대로 화력이 강하다면 제아무리 굳게 닫힌 조개라도삽시간 배시시 입을 벌리고 빼꼼히 벌어진 입 사이로 비릿하고 뜨거운 국물을 쏟아낸다.영화 「불륜동창회2」는 시식자들에게 다시금 화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네가 먹지 못 하는 이유는 연탄불을 지녔기 때문임을......안소희(=강한나), 이채담, 수지 출연. 하.
유재석이 있으면 박명수가 있어야 할 터. 선인이 있으면 악인도 등장해야 재밌다. 두 말할 필요 없지. 하나 「노래방 : 화끈한 여자들」엔 악당이 없다. 영화는 부제를 '화끈한 여자들'이라 했지만 '도우미의 순정'이라고 해도 됐을 만큼 여주(이채담)와 남주의 순수한 로맨스가 주 내용이다.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요소는 남주의 거래처 사장인데, 이보다는 노래방 사장이 악당이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야 더 강렬한 쏠림은 물론, 강력한 갈등과 긴장을 줄 수 있으니까. 예컨대 장진영, 김승우 주연의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2006)」에서 룸 상무가 한 번 따●겠다며 일 한지 얼마 안 돼 어리숙한 아가씨를 겁박하는 장면이 그렇다. 이는 '노래방 화끈한 여자들'에 써먹기 딱 좋은 소재다. ..
「아내의 엄마」는 실망감 반, 만족감 반이었다. 정연이라는 배우는 접한 적이 없어서 기대감이랄 것도 전혀 없었는데, 이 작품만 두고 보자면 개인적으론 이채담보다 훨씬 흡족했다고나 할까. 이채담은 실망스러웠고 정연은 만족스러웠다는 얘기. 판가름은 '소리'에서 났다. 정연이 귀여운 새끼 고양이 같아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면 이채담은 여관 아지매처럼 연신 쓰잘데기 없는 말을 나불거리는 바람에 한 대 쥐어박고 싶었으니까. 외모만 보자면 확실히 이채담이 메이저고 정연이는 마이너리라. 몸뚱이의 절반을 도화지처럼 활용한 문신도 범상치 않을 뿐더러 남들 다 하는 긴 생머리도 아니다. 화장을 지우면 내 군대 동기와 비슷하게 생겼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때문에 보는 이로선 호불호가 갈릴 터. 하지만 그만큼 개성이 강하..
이채담이 처형으로 나온다. 이채담이 메인일 테다. 하나 개인적으론 배우 지연 씨가 더 좋았다. 정확히는 극 중 지연의 파트너와 지연이 만들어 내는 신(scene)이 인상적. 첨엔 웬 중년 아재가 힙합 간지 물씬 나는 금목걸이를 주렁주렁 차고 나와서 지연 씨를 조물조물 거리길래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아재의 플레이는 흑심이라도 담긴 듯 진정성이 남달랐고, 그 느낌은 고스란히 묵직한 쏠림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첨에 못마땅했던 마음은 눈 녹듯 녹아 어느샌가 이 아재를 더 보고 싶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각하건대 이 아재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배우와 단 둘이서 촬영해도 쏠쏠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스태프니 뭐니 필요없고 일본의 하메도리처럼 아재가 감독에 주연까지 하는 게지. 온천 여행, 호텔 투숙, 저녁 술상..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몇몇 등장한다. 그런 류(?)를 좋아하기 때문에 필자에겐 꽤 흡족함을 주었다. 사실 소재부터가 그렇다. 내밀한 욕망을 자극하는 코드들...... 예컨대 훔쳐보기, 연상녀와의 비밀 연애, 야노, 에스엠, 남매지간의 끙끙 등등. 연상녀도 다름 아닌 정숙함의 대명사 교회누나 아니겠는가. '연민의 정이 많고 순종적인 그녀가 길 잃은 가여운 소년을 돌봐주며 은밀한 요구를 들어준다.' 상상만으로 가슴이 콩닥콩닥 조여온다. 게다가 교회 누나가 다름 아닌 강소은 양이니까 마음도 몸도 착한 완전체 누나 되시겠다. 장님으로 분한 이채담 또 짧지만, 남동생과 누나(이채담)의 혼욕신(scene)은 나름 충격적이었다. 일본도 아닌 이 땅의 정서상 파격적인 장면임에 틀림 없을 테다. 더욱이 그 친누나가..
나만 그런가? 언제부턴가 등산회하면 아저씨, 아줌마들의 걸쭉한 입담과 질펀한 막걸리+골뱅이 파티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매우 담백하고 순수하기까지 했다. 순수함의 가운데엔 주인공 민정(진혜경 분)이 있다. 그녀는 질펀함 대신 낭만을 보여준다. 때문에 제목만 보고 콩닥콩닥 얼굴을 붉히며 영화를 기대했을 관객의 입장에선 찬물을 끼얹는 나쁜 가시나. 하지만 걱정마시라. 경미(이채담 분)가 화끈하게 매콤한 골뱅이를 담당하니까. 착한 가시나. 그에 비하면 민정은 골뱅이 곁에 덤으로 나오는 오이채 같은 느낌. 거듭 말하지만 영화 주인공은 민정(진혜경)이다. 여주가 오이채라니...... 오이가 많기라도 하면 투정 부리지 않겠는데, 양도 조금 준다. 때문에 조금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예쁘니깐 뭐. 난 또 오이를..
세 여자가 풀어내는 은밀한 이야기보따리를 담은 영화 「썰만화」. 미녀 배우 이자은, 최이비, 이채담 님이 각자 권태기 와이프, 오피스텔 자취녀, 토익 선생님으로 분(扮)하여 자신이 겪은 짜릿한 경험담을 늘어놓는다. 여성의 시각에서 내레이션하는 극의 진행 방식이 이채롭고 신선하다. 얼레리 꼴레리하지만 저급하지 않게, 섹시하지만 귀엽고 발랄하게 풀어내는 방식으로 취향을 저격한다. 이야기에서 지저분하거나 잡스럽지 않은, 마치 20살 청춘들의 솔직 발랄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시종일관 유쾌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가볍고 소프트한 얼레리 꼴레리함이 있다. 그러나 그 말인즉슨 얼큰하니 진하거나 나아가 보다 더 더러운 걸 찾는 이들에겐 맹물 같은 밍밍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것은 마치 진한 ..